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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 넓은 친척 형이 동생에게 하는 조언

오늘알게됨 2021. 12. 29. 07:30

오지랖.

20대인 친척 동생이 요즘 고민이 많다. 몇일전 통화로 본인의 삶에 관해서, 미래에 관해서, 커리어에 관해서 이야기했고 걱정이 많은것 같았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잘났더라면, 조금 더 통찰력이 좋고, 본받을 점이 조금이라도 많은 인간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언을 하기에는 내 자신이 자격이 부족하고 뭔가를 성취할 만큼 뛰어나지 못해 속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면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어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기록해본다.

 


전체적으로 깊게 이야기를 나눈것은 아니지만 커리어에 관한 부분이 큰비중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아마 동생을 포함한 20대, 남녀 할것없이 취업, 커리어, 이직 등에 걱정과 관심이 많을 때이다. 나도 그땐 그랬으니까. 동생은 내가 아는 정보로는 글을 쓰는것을 좋아한다. 수필, 소설, 기사같은 글이 아닌 시(詩)를 쓰는것을 좋아하고 개인출판으로 책까지 냈던것으로 기억한다. 꽤나 멋진 동생이다. 스스로 좋아하는 시를 쓰고 출판 및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며 판매까지 했으니 말이다. 기특한 부분이 많지만 내가 겪고 알게된 현실을 짚어주고 싶다.

직업 선정의 순서.

솔직히 동생이 가진 삶의 가치관을 내가 정확하게 알수는 없다. 가난해도 하고싶은 일을 하는하며 사는것이 행복한 사람이 있고,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지 않아도 적당히 먹고 사는것이 행복한 사람이 있다. 가치관은 다양해서 완벽한 정답에 가까운 조언을 해줄수는 없지만, 일(커리어)보다는 본인의 행복에 중점을 둔 가치관을 가졌다면 커리어를 쌓아가는 순서 정도는 이야기 해볼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장 먼저 직업을 정할때는 승자독식의 구조를 가지지 않은 영역에서 직업을 갖는것이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것을 조언해주고 싶다. 먼저 밝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정하고 그 분야에서 성공해서 잘먹고 잘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아닌 경우들이 있다. 본인의 잘못도 아닌데 영역을 잘못 선택한것만으로 삶에서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지는것이다.

 


먼저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글을 써서 여유롭게 사는 경우는 일단 흔치 않다. 베스트셀러정도의 작가가 되지 않는이상 인세로만 먹고 살기에는 쉽지 안은것이 현실이다. 이게 도서의 장르를 불문하고 하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출판 시장이 크지도 않을뿐더러 책이든, 글을 쓰는 영역을 직업으로 하는경우는 승자독식의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것과 같다. 상위 1%(베스트셀러 작가)가 책을 낸 작가들의 전체 책판매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이다.

안티프래질,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역사상 세계 최고의 치의학 박사 겸 의사가 되어도 하루에 20명 이상의 환자를 진찰해야만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도 환자를 진료하는데 24시간 이상의 시간을 낼수가 없다. 수입도 한계가 있다. 스케일이 커지는것이 불가능한 직업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승자독식이 아닌 직업의 영역인 만큼 실력이 있다면 내가 노력하는 만큼 수입은 점점 안정권에 들어설 것이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스케일 가능한 직업을 선택하지 마십시오 - 월가의 현자, 나심 탈레브


나는 삶이 복잡계이고, 확률이 큰 영향을 미치는것으로 이해했다. 쉽게 말하면 선형적인 직업과 비선형적인 일이 있다는것이다. 수입의 변동성은 적지만 (반대로 말하면 안정적이지만) 노력해도 벌 수 있는 돈의 양은 한계가 있는 선형적인 직업, 반대로 수입의 변동성이 크고(좋을때는 수입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 수 있고, 반대면 제로에 가까운) 노력도 중요하지만 운이 크게 작용해야하는 안정적이지 않은 비선형적인 직업으로 크게 나눠볼수 있다.

본인의 가치관이 글을 쓰는것이 행복하고 이것으로 성공해야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아마 최상위의 작가가 되는것은 확률상 어려우니 추천하지는 않으련다. 다만 커리어를 쌓는 순서를 바꾼다면? 먼저 선형적인 구간에 있는 직업군을 먼저 선택하고(안정적인 월급에 내 삶이 있는 직업) 남은 여가시간에 글을 쓰며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것이 가능 할것이다. 아마 수입이 꾸준하기 때문에, 워라밸(워크,라이프,밸런스)이 있는 회사라면 충분히 여가시간에 글을 쓰며 작가가 될 수 있을것이다. 심지어 안정적인 직장에서의 수입으로 인해 삶을 유지 할 수 있고,글에 대한 꾸준한 노력과 열정만 있으면 작가가 될 확률이 더 높을것이다.

한 직업에 꽂힌 사람들은 이와는 반대로 직업을 갖는다. 먼저 비선형적인 영역의 직업을 먼저 선택한다.(물론 이 방법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확률상 실패한다면, 경제적으로 삶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결국 본인이 원하는 직업,하고싶은 일을 오래 지속할 수 없어지는 상황이 올수밖에 없다) 비선형적인 직업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할 확률이 높다.

마치며.

이렇게 기록한 현재 나의 생각이 동생에게는 틀린 조언일수도 있고, 실제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0대의 나였으면 현실에 타협한 겁쟁이같은 조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것 같다. 하지만 왜 부모님들이, 어른들이 내가 어렸을때 안정적인 직업,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길 바랬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삶은 생각보다 길다. 노력만 한다면, 내 생에 몇개의 직업은 더 가질수 있을것이다. 이제 나의 또 다른 목표는 투자자, 작가 등이 생겼다. 그리고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기반으로 그 목표들에 필요한건 노력과 시간뿐이다. 선형적인 직업을 기반으로 비선형적인 직업군으로 나아가고 싶은것이다. 투자자, 작가 둘다 실패하더라도 나의 삶은 고통스럽지 않다.

나의 이러한 생각을 동생에게 들려주고 싶다. 받아들이고 말고는 자유다. 본인의 삶의 철학이 있을테니 말이다. 어디까지가 오지랖의 경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고민을 말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으니, 나의 철학을 공유하고 이야기해봐야겠다.